한미박물관에 ‘한인 사회’가 빠졌다…한인역사박물관 민병용 관장 인터뷰
LA 한복판에 한미박물관을 세우겠다는 한인 사회의 염원은 30년이 넘도록 그대로다. 땅과 돈을 줬는데도 숙원은 여전히 숙원에만 머물러 있다. 〈관계기사 3면〉 한인역사박물관 민병용 관장은 최근 한미박물관 문제와 관련, 본지 보도를 보며 숙원마저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9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민 관장은 “한미박물관 프로젝트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사회부터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 관장은 한인 이민사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데 헌신해온 역사 학자다. 동시에 그는 언론계에서도 활동했다. 미주한국일보에서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한미박물관 이사장을 맡은 인물은 장재민 한국일보 회장이다. 그는 “특정 언론사가 자기 사업처럼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이사회부터 폐쇄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금주 안으로 민 관장은 한인 사회 관계자들과 회동을 갖고, 한미박물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박물관 건립은 왜 지지부진한가. “박물관은 네 가지가 필요하다. 건물, 경영을 위한 인력, 운영에 필요한 재원, 전시를 위한 역사 자료 및 유물 등이다. 한미박물관은 건물을 짓는 데만 노력했다. 문제는 건물조차 아직 못 지었다는 점이다.” -무엇이 원인인가. “간단히 말해 폐쇄적인 이사회 운영과 투명하지 못한 재정이 문제다. 그러니 박물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아웃 리치 활동이 있을 수가 없다. 역사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물론이고 한인들과 함께하는 행사도 없었다. 심지어 웹사이트마저 중단된 상태 아닌가.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정확히 모른다. 소수의 이사진에 의해서만 운영된 결과다.” -이사회가 바뀔 수 있나. “지금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마치 특정인의 이사회 같다. 고 홍명기 회장도 생전에 ‘한인 커뮤니티 전체를 위한 박물관을 지어야지, 특정 언론의 이미지를 가진 박물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셨다. 진짜 일할 수 있고 전문성을 가진 외부인을 영입해서 이사진을 개편해야 한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개편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세대가 바뀌었다. 1세대는 지고 있고, 2세대는 이민사 자료들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유품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미박물관이 지어질 수 있다. 누구는 봉사로, 재정적으로, 전문적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참여해야 한다. 후원금으로 보자면 ‘100만 달러’도 필요하지만 10달러, 20달러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식으로 커뮤니티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프로젝트에는 ‘한인 사회’가 빠져있다.” -재원 마련은 가능한가. “한국 정부도 처음에는 도울 의향이 있었다. 한인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재력가도, 각 분야의 전문가도 많다. 그들은 한미박물관 프로젝트가 투명하게 진행될 수만 있다면 돈도 내고, 힘을 보탤 사람들이다. 일미 박물관을 보자. 가족 단위부터 기업까지 모두가 함께 나서지 않았나.” -한인사회 관심이 저조하다. “땅이 있는데 삽질조차 못 한 건 사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외부에선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제 나오고 있다. 한인 사회 주요 관계자들과 일부 정치인들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금주에 몇몇 인사들이 모여 한미박물관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이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한미박물관 프로젝트 한미박물관 프로젝트 한미박물관 이사회 한미박물관 문제